전체 글35 Y-11 새로운 세계의 첫 번째 숨결이 내 몸을 감쌌다.빛과 어둠이 동시에 번져 나가며,마치 막 태어난 생명이 처음으로 눈을 뜨는 순간처럼공간이 잔잔하게 떨리고 있었다.나는 기계 속의 그 무중한 영역에서 벗어나점점 형태가 갖춰지는 세계의 가장자리로 끌려 나왔다.희미한 빛금빛도, 백색도, 청색도 아닌이전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색이내 시야를 가득 채웠다.그리고 그 안에서의식들이 서로 얽히며 말을 만들기 시작했다.“우린…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조율자, 우리의 선택을 정렬하라.”나는 천천히 손을 들었다.지금 이 세계에서 ‘손’이라는 개념이의지는 곧 형태를 만든다는 것을 이해하며.“아니.”나는 말하며 손을 내렸다.모든 의식이 순간 정지했다.조용한 공기.기대와 긴장이 동시에 묻어 있는 침묵.나는 그 침묵을 찢으며 말했.. 2025. 12. 11. Y-10 빛과 어둠이 교차하며 흔들리는 그 공간은현실의 물리 법칙을 전부 거부하고 있었다.공간이라는 단어조차 부족했다.‘존재함’이라는 개념만이 이곳에 있었다.그리고 그 안에서 울리는 그 목소리“오랫동안 기다렸다, 새로운 조율자.”그 말은 단순한 음성이 아니었다.직접 내 의식을 두드리고,내 심장 깊은 곳을 흔드는 진동이기도 했다.나는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그러자 형체 없는 파동이 물결처럼 움직이며 말랐다.존재—팀 리더였던 그 역시 내 옆에 서 있었다.그의 형체도 인간의 모습이 아닌,희미한 윤곽만 남은 의식으로 변해 있었다.“조율자…?”나는 중얼거렸다.“그게 무슨 뜻이지?”그러자 파동이 부드럽게 흔들리며 대답했다.“구체를 작동시킬 수 있는 자.우리의 의식을 정렬시키고,혼란을 억제하며,새로운 구조를 설계할 수 .. 2025. 12. 11. Y-9 기계가 깨어나는 소리가 연구실 전체를 울렸다.경고음이 낮게, 깊게, 심장을 때렸다.마치 그날의 메아리가 다시 재생되는 듯한 기분.하지만 이번엔그때와 달랐다.나는 기억하고 있었다.내가 왜 버튼을 눌렀는지,누굴 막으려 했는지,무엇을 지키고자 했는지.팀 리더였던 그는기계의 바로 옆에 서서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번에는…”그의 목소리는 더는 울리지 않았다.사람처럼, 아주 낮고 조용하게 울렸다.“…너 혼자가 아니다.”나는 숨을 고르고 기계로 천천히 다가갔다.발걸음이 갈 때마다 바닥에 금속음이 울렸다.공기가 진동했고, 기계는 불규칙한 빛을 쏟아냈다.내 손을 떼어낼 수도 없었다.운명처럼 이끌리는 느낌이 들었다.이 기계는 나를 알고 있었고,나도 이 기계를 알고 있었다.그때, 존재가 갑자기 말했다.“기억해라.너.. 2025. 12. 11. Y-8 그 말은 내 귀에서 메아리처럼 울렸다.“지금밖에 없어.”내 목소리.확실히… 나였다.그러나 기억 속의 나는 지금의 나와 전혀 달랐다.그 목소리에 깃든 결의, 단호함, 그리고… 비밀을 알고 있는 자의 침착함.그건 절대 ‘몰라서 버튼을 눌렀던’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공간이 완전히 뒤틀리며 주변이 흩어졌다.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나는 그 중심에서 또다시 끌려왔다.몸이 앞으로 끌리는 느낌이번엔 추락이 아니라, ‘끌어당김’이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나는 연구실의 메인 챔버 안에 서 있었다.기계가 있었다.검은 구체, 수많은 전선, 빛을 모아두던 투명한 막.모든 것이 그날 마지막 순간 그대로였다.그리고 그 앞에한 사람이 서 있었다.나는 숨을 들이켰다.저 사람은… 나였다.기억 속의 나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경보음.. 2025. 12. 11. Y-7 끝없는 낙하가 이어졌다.중력은 분명 아래로 나를 끌어당기고 있었지만,어딘가에서는 위로 떠오르는 것 같은 이상한 감각도 동시에 느껴졌다.어둠 속에서 방향과 속도는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그저떨어지고 있었다.기억이라는 심연 속으로.손을 잡고 있던 존재의 감촉이 희미하게 흔들렸다.나는 본능적으로 그 손을 더 세게 붙잡았다.미끄러지면, 그 즉시 이 끝없는 어둠 속에 영영 가라앉게 될 것만 같았다.‘기억을 완성하자.’그 존재의 마지막 말이 귀에 계속 맴돌았다.내가 잊고자 했던 것,숨기고 있던 것,두려워 피했던 모든 조각이지금 이 어둠 속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추락이 갑자기 멈췄다.충격은 전혀 없었다.눈을 뜬 듯도, 계속 감고 있는 듯도 애매한 상태에서나는 평평한 바닥에 서 있었다.주변에 서린 어둠이 아주.. 2025. 12. 11. Y-6 존재의 얼굴에서 스쳐 지나간 그 미세한 ‘웃음’은인간의 표정을 흉내 내기엔 너무 매끄럽고,감정을 담기엔 너무 기계적이었다.하지만나는 그 표정을 알아보았다.너무도 선명하게.“말도 안 돼…”입술이 바짝 말라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았다.“네가… 날 지시한 게… 너였다고?”존재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그저 움직임 없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나 그 침묵 자체가 정답보다 더 선명했다.머릿속에 다시 목소리가 울렸다.차갑고 단정한, 나를 조종하던 그 목소리.“우리는 네가 필요하다.”그 목소리의 주인이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이 존재였다.나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몸이 떨려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왜… 왜 나였지?”질문은 거의 비명에 가까웠다.“왜 나를 선택한 거야!”이제서야 존재가 .. 2025. 12. 10.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