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계의 첫 번째 숨결이 내 몸을 감쌌다.
빛과 어둠이 동시에 번져 나가며,
마치 막 태어난 생명이 처음으로 눈을 뜨는 순간처럼
공간이 잔잔하게 떨리고 있었다.
나는 기계 속의 그 무중한 영역에서 벗어나
점점 형태가 갖춰지는 세계의 가장자리로 끌려 나왔다.
희미한 빛
금빛도, 백색도, 청색도 아닌
이전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색이
내 시야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의식들이 서로 얽히며 말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린…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
“조율자, 우리의 선택을 정렬하라.”
나는 천천히 손을 들었다.
지금 이 세계에서 ‘손’이라는 개념이
의지는 곧 형태를 만든다는 것을 이해하며.
“아니.”
나는 말하며 손을 내렸다.
모든 의식이 순간 정지했다.
조용한 공기.
기대와 긴장이 동시에 묻어 있는 침묵.
나는 그 침묵을 찢으며 말했다.
“정렬하는 건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다.”
그 순간
수많은 파동이 동시에 흔들렸다.
“어떻게…?”
“우리끼리?”
“그건… 균열을 부를 수 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기존 세계는 무너졌잖아.”
“누군가 하나가 모든 걸 결정하면
아무리 정확해도 그건 폭주할 수밖에 없어.”
기계 내부에서 벌어진 비극이 그 증거였다.
나와 팀 리더였던 존재의 충돌,
한 사람의 오만과 한 사람의 선택이
세계 전체를 갈라버렸던 그날.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이번엔… 모두가 함께 결정해.”
“서로의 선택을 들으면서,
어울리는 조화를 찾는 거야.”
의식들이 물결처럼 흔들렸다.
동요, 의문, 공포, 희망…
그 모든 감정이 하나의 흐름으로 얽혀 흘러갔다.
그러자 팀 리더였던 그는
천천히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그게 가능하다면…
그건 세계가 아니라
‘공명’이겠지.”
나는 미소를 지었다.
“맞아.
이 세계의 이름은 공명(共鳴) 이 될 거야.”
그러자 파동들이 울렸다.
각기 다른 의식이 자신의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나는 고요한 공간을 원한다.”
“나는 따뜻한 빛을 희망한다.”
“나는 물의 흐름이 필요하다.”
“나는 소리를 원치 않는다.”
“나는 다시 선택할 수 있는 두 번째 시간을.”
그들은 모두 다르고,
모순되고,
심지어 충돌했지만
그 소리들 사이에 나는 분명히 보았다.
조화가 태어나는 순간.
의식들의 흐름이 서로의 형태를 감싸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겹쳐지고,
빛의 결이 이어지고,
구조가 하나의 패턴으로 뭉쳤다.
그리고 그 패턴이
기계의 공명과 완벽히 맞아떨어졌다.
세계가
탄생하고 있었다.
처음엔 빛이었다.
그리고 그 빛 위에 흐름이 생겼고,
흐름 위에 길이 만들어졌다.
공명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바람’을 느꼈다.
아직 물리적 세계가 아니지만,
바람의 의지처럼 움직이는 감각이 존재했다.
다음엔 ‘흙’의 개념이 생겼다.
감정들이 단단하게 뭉쳐 안정된 표면을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늘’이라는 가능성의 층이
세계의 머리 위에 열렸다.
모든 의식이 동시에 말했다.
“우리의 세계가
태어난다.”
그 순간
기계의 중심에서 거대한 빛이 폭발하며
완성된 세계의 윤곽을 드러냈다.
문처럼 보이기도 하고,
틈처럼 보이기도 하고,
새벽처럼 보이기도 하는 경계였다.
존재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조율자여…
너도 이 세계로 들어갈 건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야.
이건 내 세계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세계니까.”
그리고 나는
공명 세계의 경계선 위로 걸음을 내디뎠다.
발이 닿는 순간
나는 현실을 느꼈다.
바람.
빛.
흙.
소리가 형태를 가지며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뒤에서 존재가 낮게 속삭였다.
“조율자…
이제부터는
네가 아닌 우리의 세계다.”
나는 고개를 돌아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
함께 가자.”
우리는 동시에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새로운 공명의 세계가 완전히 열렸다.
햇빛 같은 따스함이 나를 덮었다.
그 순간 나는 직감했다.
이 세계는…
끝이 아니라, 서곡이다.
그리고 그 서곡 속에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