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숨을 삼키며 어둠 속을 주시했다.
움직임은 그 순간 이후 다시 나타나지 않았지만, 없다고 확신할 수도 없었다. 오히려 지금은 나를 관찰하기 위해 멈추어 선 것처럼 느껴졌다.
천천히 뒷걸음질치다가, 발뒤꿈치가 무언가 단단한 것에 닿았다.
찰칵
미세한 기계음과 함께 발밑에서 짧은 빛이 깜박였다.
기계 장치다.
대체 이 방은…
나는 숨을 고르며 고개를 숙였다. 발 아래에는 작은 금속판이 있었다. 네모난 판의 중앙에는 동그란 홈이 파여 있었고, 그 주위를 따라 정교한 문양 같은 선들이 새겨져 있었다. 발이 닿자마자 반응한 것으로 보아, 단순한 장식품은 아니었다.
그때
천장 쪽에서 낮은 진동음이 흘러내렸다.
처음엔 단순한 기계 소음처럼 들렸지만, 점점 규칙성을 띠기 시작했다.
단음, 장음, 단음…
마치 누군가 말하려는 코드처럼.
“…신호?”
나는 무의식적으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처음 눈을 뜨고 보았던 낯선 천장이, 이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였다. 조명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조금씩 색을 바꾸며, 파도처럼 번져 나갔다. 흰 빛이 파랗게, 파란 빛이 붉게, 그리고 다시 흰색으로 되돌아가며 특정한 패턴을 반복했다.
이건 의도된 메시지다.
그러나 내가 그 사실을 인지한 바로 그 순간
방 안의 온도가 더 떨어졌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바로 내 곁까지 다가온 듯한 차가움이었다. 등골이 서늘하게 오싹해졌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들린 소리.
스치는 듯한, 그러나 분명한 목소리.
“…돌아왔군.”
나는 그대로 굳었다.
숨도 잊었다.
내 심장의 쿵 하는 소리까지 방 안에 울려 퍼지는 것만 같았다.
“누구야…?”
입술이 바짝 말라 제대로 발음되지도 않는 목소리.
그러나 대답은 즉시 돌아왔다.
“…아직은 기억하지 못하는군.”
그 말이 끝나는 순간, 방 가장자리에서 희미한 형태가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천천히 걸어나오는 무언가.
사람이라고 하기엔 너무 조용하고, 그림자라고 하기엔 너무 선명한 존재.
나는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저것은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렇다고 죽은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천장 위의 빛이 갑자기 흰색으로 번쩍이며 방 전체를 덮었다.
눈이 부셔 잠시 시야가 하얗게 물들었다.
그리고 그 틈에, 목소리가 다시 속삭였다.
“기억해. 네가 왜 여기 있는지.”
하지만 나는 기억하지 못했다.
아니
기억하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이미 내 안에서 꿈틀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