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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BLE

Y-2

by 아싸너구리 2025. 12. 10.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손끝에 닿는 촉감이 낯설었다.
매끈하지만 차갑고, 돌도 금속도 아닌 어중간한 감촉. 나는 천천히 손바닥을 펼쳐 바닥을 더듬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여긴 누군가 의도적으로 만들어 둔 공간이라는 걸.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머릿속이 여전히 흐릿했지만, 불길한 감각만큼은 또렷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둠이 조금씩 물러나며 실루엣들이 드러났다. 가구라고 부르기엔 모호한 형태들, 날카로운 모서리, 그리고 마치 나를 관찰하기라도 하듯 천장을 향해 정렬된 작은 점들.

“카메라인가…?”
속삭이듯 말하자마자, 방 안의 공기가 떨린 듯했다.

그 순간
조용히, 정말 미세하게, 기계가 공기 중으로 숨을 들이쉬는 듯한 음이 들렸다.
마치 나의 깨어남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나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차가운 공기가 폐까지 내려오는 느낌이 선명했다.
몸을 일으키며 한 발 내딛자, 바닥에서 가벼운 진동이 울렸다. 발끝을 타고 올라온 진동은 언뜻 길 안내처럼 느껴졌다.
누군가가 여기로 오라고 이끄는 듯한.

하지만 한 걸음 더 떼는 순간,
방 가장자리의 어둠 속에서 무언가 스윽 움직였다.

나는 급히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적막이 깨지고, 방 전체에 아주 낮은 울림이 퍼졌다. 그것은 경고 같기도, 환영 같기도 한 음색이었다.

“대체… 뭐가 있는 거지…?”

나조차도 알아듣기 어려운 속삭임이, 정적에 묻혀 작은 파문처럼 흩어졌다.
그러나 분명했다.
이곳은 내가 깨어날 장소가 아니었다.
그리고 저 어둠 속의 무언가는 내가 깨어났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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